요즘 하루가 너무 짧다. 예전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하긴 했는데, 그때의 부족함과 지금의 부족함은 종류가 다르다.

예전에는 할 일이 많아서 시간이 부족했다.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져서 시간이 부족하다.

달라진 시간 부족

늦은 밤 책상 위에 덮지 않은 노트북 한 대와 글씨가 반쯤 채워진 메모지가 놓여 있고 그 옆에 식은 커피잔이 있는 장면, 화면 불빛만 남은 어두

하고 싶어도 능력이 모자라서 못 한 것들이 있었다. 머릿속에 그림은 다 그려져 있는데 그걸 만들 줄 몰라서 접어둔 것들이다. 배우려면 몇 년이 걸리고 사람을 쓰려면 돈이 드니까 자연스럽게 "나중에"로 미뤘고, 그렇게 미룬 것은 대부분 그대로 접혔다.

요즘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대부분 만들어진다. 그러니 미뤄둔 일에 대고 능력이 없어서라고 말할 자리가 없어졌다.

핑계가 사라지면 편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더 바빠진다. 못 하던 일이 할 수 있는 일이 되는 순간, 그게 전부 해야 할 일 목록으로 넘어오기 때문이다.

능력에서 시간과 선택으로

예전의 병목은 능력이었다. 병목은 전체 속도를 결정하는 가장 좁은 지점을 말한다. 그래서 배우는 데 시간을 썼다. 자격증을 따고 학원에 다니고 몇 년씩 경력을 쌓았고, 그 축적이 곧 경쟁력이었다.

지금의 병목은 시간과 선택이다. 능력은 빌려 쓸 수 있게 됐는데 하루는 여전히 24시간이고, 그 안에서 무엇을 붙잡을지 정해야 한다.

일하기 좋은 시대인 것은 분명하다. 혼자서 못 할 게 별로 없고, 아이디어에서 결과물까지 가는 거리가 이렇게 짧았던 적이 없다. 대신 능력이 모자라서라는 이유를 댈 수 없게 되면서 결과의 차이가 무엇을 골랐는가에서 나온다.

선택의 격차

수많은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온다. 어제 좋다던 게 오늘 낡은 것이 되고, 오늘 나온 게 다음 달에 사라진다. 이 속도를 따라가는 일 자체가 하나의 업무가 됐다.

그 안에서 우리는 계속 선택해야 한다.

  • 이 도구를 배울 것인가, 지나칠 것인가
  • 지금 쓰는 걸 버리고 갈아탈 것인가, 버틸 것인가
  • 이건 진짜인가, 마케팅인가

잘못 고르면 시간이 크게 샌다. 한 달을 들여 익혔는데 쓸 데가 없거나, 남들이 좋다길래 붙잡았는데 내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다. 날린 한 달보다 그 한 달 동안 손도 못 댄 다른 일이 더 아깝다.

반대로 잘 고르면 성장 속도가 달라진다. 같은 시간을 썼는데 결과가 몇 배가 된다. 주변을 보면 이 격차가 눈에 띄게 벌어지는데, 실력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을 보면 무엇을 붙잡았는지가 갈랐다고 본다.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 앞에 혼자 서 있는 사람의 뒷모습, 도심 외곽의 넓은 아침 거리에서 두 길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어지는 배경, 인물을

적응할 시간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 때와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도 세상이 바뀐다고 했고 실제로 바뀌었다. 다만 그 변화에는 적응할 시간이 있었다. 못 쓰는 사람이 몇 년쯤 못 쓰고 살아도 크게 지장이 없었다.

이번에는 그만큼 느리게 오지 않을 것 같다. 컴퓨터가 컴퓨터를 만들지는 않았고 스마트폰이 스마트폰을 설계하지도 않았는데, 이 기술은 스스로를 개선하는 데 쓰이고 있기 때문이다.

판단하는 사람의 능력

AI로 이것저것 만들어보면서 계속 같은 생각에 도달했다. 도구가 좋아질수록 남는 질문은 그걸 쓰는 사람에 관한 것이었다.

무엇을 선택할지 분별하는 능력,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는 능력, 그걸 가지고 방향을 정하는 능력. 우리는 그걸 리더십이라고 부른다.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세상이 됐다. 그런 세상에서는 누구도 리더 노릇을 피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