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로비 구석에 키오스크가 한 대 서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고, 어르신들은 그 앞을 그냥 지나다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저거 언제 치우지"라는 말까지 나오던 물건이었다.
가격도 구입당시 꽤 비쌌으나, 제대로 동작을 하지 않고, 너무 잦은 오류로 방치되어 있었다.
이런 고가의 오래된 키오스크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여 Ai 도구를 활용하여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구석에서 자리만 찾이하고 있던 키오스크는 이제,
회원카드를 대면 자신이 신청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보여주고,
수강대기 취소와 필요시 수강료 환불 신청까지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기능을 하는 키오스크로 재 탄생하게 되었다.

시작은 번호표였어요
버리기는 아까워서 키오스크에 있던 PC를 사양은 낮지만 겨우 동작만하는 PC를 한 대 붙여 겨우 살려놨는데, 막상 살려놓고 나니 더 난감했다. 화면은 켜지는데 이 키오스크로 뭘 해야할지 활용방안이 없었다. 과거 식권발급으로 사용하고 있었는데, 프로그램이 무거운 건지, 내가 프로그램을 개발하지 않아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식권발급프로그램이 꺼졌다 켜졌다를 랜덤하게 반복하여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스탭회의에서 아이디어가 나왔다.
"평생교육 접수할 때 번호표 뽑는 걸로 써보면 어때요?"
평생교육 접수일은 복지관에서 손에 꼽히는 가장 바쁜 날중 하루이다.
우리 복지관은 선착순으로 평생교육 접수를 받기때문에 평생교육을 받고자 하는 회원어르신 들이 접수 당일 매우 일찍 복지관을 찾으신다. 올해 초까지 직원이, 또 봉사자가 앞에서 번호표를 발급해드리고 했었는데, 이때 모든 민원이 번호표를 나눠주는 담당자에게 간다.
우선 단순히 번호표를 발행하는 프로그램은 아니다.
1. 회원카드를 키오스크에 가져다 된다.
2. 키오스크는 회원카드의 정보를 조회하여 회원정보를 파악한다.
3. 회원정보와 순서를 확인하여 번호표를 발급한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번호표 발급 기능이다.
진짜는 여기부터이다.
4. 회원번호가 추가되면 평생교육프로그램 통합관리시스템에 모든 상황과 내용이 기록된다.
5. 재발급을 시도 할때,
- 현재 대기번호 뒤의 번호로 완전 재발급할지,
- 아니면 기존에 뽑았던 대기번호를 유지하고 재발급할지,
- 재발급을 아예 하지 못하게 할지
설정할 수 있게 하였다.
6. 대기번호를 키오스크로 발행하는 기능을 추가하여 운영하면서
직원입장에선 첫번째로 민원의 수신처가 사람에서 시스템으로 이동 순서 항의가 담당자 개인이 아니라 발급 기록으로 향할 수 있었고, 두번째로 감정노동·물리적 마찰이 감소되었다. 세번째로 객관적 증빙 확보 발급 시각이 초 단위로 남아 분쟁 시 즉시 확인과 대처가 가능했고, 네번째로 인력 1명으로 번호표 배부·질서 유지에 투입되던 직원·봉사자를 실제 접수 창구로 재배치
접수 처리 시간 단축하고 번호를 뽑는 순간 회원정보가 이미 시스템에 올라와 있어, 창구에서 회원증과 신분증을 확인하고, 번호표에 대신 번호표를 받는 부정을 원천 차단할 수 있었다. 또한 실시간 현황 공유 담당자 전원이 같은 진행 상황을 확인할 수 있어 창구 증설·휴식 교대 같은 판단을 즉석에서 할 수 있었다.
기관·운영 입장에선 1인 1매 원칙의 자동 강제 종이 번호표는 여러 장 뽑아 나눠줄 수 있지만 회원카드 기반에서는 구조적으로 차단하였고, 재발급 정책을 선택 가능 뒷번호 재발급 / 기존번호 유지 / 재발급 차단 — 상황에 맞춰 운영 규칙을 바꿀 수 있었다. 그리고 접수 데이터가 자산으로 축적 도착 시간 분포, 시간대별 인원, 프로그램별 수요를 실시간 파악하여 내년 접수 설계(오픈 시간, 창구 수, 분산접수 검토)의 근거 자료 사용할 수도 있다.
줄은 길고 순서는 헷갈리고, 얼굴 붉히는 일도 대개 그런 상황이 매년 반복되었었는데 번호표 발급 시스템을 덕분에 이번 접수는 정말 큰 잡음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다음 숙제는 "제가 뭐 신청했죠?"
접수일이 지나고 나서 키오스크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저거 언제 치우지"라는 말이 나오던 물건이 한 번의 접수일로 자기 자리를 되찾게 되었다.
그러자 재미있는 일이 생겼는데, 없던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직원이 생겼다는 것이다.
"곧 개강인데, 그것도 키오스크가 해주면 안 돼요?"
개강 시즌은 접수일과는 또 다른 종류의 성수기이다.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후로 사무실을 찾는 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내가 뭘 신청했는지, 대기가 걸린 게 맞는지, 취소는 어떻게 하는지.
여기서 이런 반문이 나올 수 있다. 본인이 신청해 놓고 뭘 신청했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냐고...
많다. 생각보다 훨씬 많다. 프로그램 이름은 물론이고 무슨 요일 몇 시인지를 물으시는 분들이 특히 많다. 접수는 몇 주 전에 해놓고 개강은 이제 시작이니,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질문의 답은 담당자가 해줄 수 있는 일인데, 그 담당자가 자리를 비우면 담당자가 오기까지 기다려야하고, 그러면 또 다시 그 짜증은....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다.
그래서 이번에는 본인이 신청한 프로그램을 스스로 조회하고, 필요하면 취소나 환불 신청까지 한자리에서 끝내는 기능을 만들기로 했다. 기획은 네 단계로 잡았다.
- 회원카드를 대면 회원 정보를 불러온다.
- 그 회원이 신청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전부 끌어온다.
- 내용을 눈으로 확인한다.
- 필요하면 그 자리에서 취소하거나 환불을 신청한다.
화면 네 번, 흐름 하나. 이 그림을 먼저 그려두고 개발을 시작했다.

정작 막힌 곳은 화면이 아니라 데이터였습니다
화면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개발의 발목을 잡은 건 데이터가 한곳에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수강 신청 정보는 평생교육시스템에 있는데, 대기자 정보는 평생교육프로그램 통합관리시스템에 따로 등록해 두었다. 우리가 유료로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에 '대기'라는 개념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대기자는 우리 기관 운영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인데, 시스템에는 그 자리가 없으니 별도로 관리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서로 다른 두 데이터베이스를 어떻게 잇고, 어떤 기준으로 다시 연결해 한 화면에 보여줄 것인가. 이 설계가 이번 프로젝트에서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AI와 함께 일하면서 분명해진 것도 이 지점이었다. "알아서 만들어줘"라고 맡기면 결과는 거의 확실하게 산으로 간다. 그냥 봤을 때는 모두 동작하는 것 같고 완성된 것 같은데, 실제로 테스트해 보면 제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데이터가 어디에 어떻게 쌓여 있는지, 우리 기관의 업무 규칙이 무엇인지, 예외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이 세 가지는 AI가 대신 정해주지 못한다. AI는 방향을 정해주는 도구가 아니라, 정해진 방향으로 빠르게 갈 수 있도록 돕는 도구다. 방향을 제대로 설정해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업무를 가장 잘 아는 당신. 그 분야의 전문가의 몫이다.
아무리 좋고 비싼 프로그램을 사다 써도 결국 어딘가 아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 프로그램을 만든 사람은 우리 기관의 대기자 운영 방식을 모르니까. 잘 만든 도구인 것과 우리에게 맞는 도구인 것은 다른 이야기다.
그래서 AI로 무언가를 만든다는 건 기술의 문제라기보다 리더십의 문제에 가깝다.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히 파악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정하고, 그것을 제대로 지시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취소와 환불은 아예 다른 일이었다.
등록된 수강 정보와 대기 접수가 둘 다 제대로 조회되는 걸 확인한 다음에야 처리 기능을 개발했다.
조회가 제대로 안되는 상태에서 처리부터 다른 기능을 추가했을 때 데이터가 꼬여서 되돌릴 수 없는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우선 해당프로그램에 대기 상태면 접수 취소, 이미 수강 중으로 비용을 낸 경우 환불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환불은 버튼 하나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환불로 우리는 서류로 남겨야했다. 또 왜 환불을 하는건지 알아야 할 필요도 있었다. 이를 추후 따로 취합하고 만들려면 이 또한 번거로운 일이기에 환불 화면에서 사유와 환불받을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본인 서명까지 하면, 환불을 신청한 회원은 해당 영수증을 바로 받아볼 수 있고, 우리는 평생교육프로그램 통합관리시스템에서 환불신청서가 그 자리에서 바로 만들어지게 했다. 손가락으로 화면에 이름을 긋는 순간 신청서 서명란이 채워지는 그 장면이, 이번 작업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뿌듯한 부분이었다.
| 구분 | 예전 | 지금 |
|---|---|---|
| 내 신청 확인 | 창구 방문 → 직원이 조회 → 구두 안내 | 회원카드를 대면 바로 화면에 표시 |
| 대기 취소 | 직원에게 말하고 관리시스템에서 수동 처리 | 본인이 화면에서 직접 취소 |
| 환불 신청 | 종이 신청서를 받아 손으로 작성 | 사유·계좌·서명 입력 → 신청서 자동 생성 |
| 직원 업무 | 같은 질문 응대에 시간 소모 | 확인·정산 등 판단이 필요한 일에 집중 |
마지막으로 현장 키오스크에서 실제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마무리했다. 개발 화면에서 되는 것과 로비에서 되는 건 늘 다른 부분이기 때문에 끝까지 점검하고 테스트 후 윈도우에서 설치할 수 있는 형태로 패키징 하고 마무리했다.
개강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에서 나온 이 아이디어를 구현하기위해 머리를 너무 썼더니 흰머리가 더 늘어난 것같다...
신청한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에 취소·환불 요청까지 겹쳐서 창구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질텐데 이번 개발이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래본다.

어르신들이 이걸 쓰실까요?
인터페이스는 최대한 쉽게 만들려고 애썼다. 기준은 하나,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눌러지는가'.
하지만 이 프로그램도, 키오스크가 여전히 낯선 분들이 많기때문에 봉사자가 한명정도 함께한다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이다. 버그나 오류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다만 생각을 조금 바꾸면 이건 기회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복지관에서 키오스크 이용법은 교육 시간에 배우는 것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내 신청 내역을 확인하려면 실제 눌러보고 확인하는 것이 간접적인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목적이 있는 사용만큼 확실한 학습은 없다.
배운 것도 쓸 데가 없으면 잊히기 마련인데, 거꾸로, 매일 마주치는 화면 하나가 가장 좋은 교보재가 되어줄지도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해보며 글을 마무리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