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노동이 자동화될 때 그 노동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값을 받는 주체가 바뀔 뿐이라고.
게임에서 대리 업자가 사라지고 게임사가 그 자리를 가져갔다.
Ai시대 미래는 어떨까? 이 질문을 붙잡고 이번 글을 쓰기 시작했다.
첫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AI와 기계가 우리를 돌보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데 쓰다가 멈췄다. 자료를 찾아보니 그건 예측이 아니었다. 이미 와 있었다.
이미 절반쯤 와 있다
네이버의 AI 안부 전화 서비스 '클로바 케어콜'은 2021년 11월 부산 해운대구에 처음 도입됐다. 그리고 3년 만에 전국 시군구의 절반 이상으로 퍼졌다. 2024년 8월 기준 128개 시군구에서 운영 중이다. (출처: 네이버클라우드 발표 자료)
AI가 독거 어르신께 주기적으로 전화를 걸어 건강과 안부를 확인한다. 단순 문답이 아니다.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지난 통화에서 무릎이 아프다고 하셨던 걸 기억했다가 다음에 다시 여쭙는다.
로봇도 마찬가지다. 지자체 보급 대수는 2019년 271대에서 2020년 1,115대, 2021년 1,266대로 늘었다. 봉제인형 형태의 돌봄 로봇이 복약 시간을 알리고, 식사 여부를 확인하고, 인지 강화 프로그램을 돌린다.
그러니까 이건 다가올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현재 일이다.

기계가 사람을 대체할 수 있을까?
차갑고 말투도 어눌한 Ai가 안부전화 서비스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에 많은 우려가 있었지만,
해운대구 독거 어르신 대상 조사에서 만족도가 90%로 나왔다. 충남사회서비스원이 2,07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80.5%였다. 위기 상황에 놓인 어르신을 이 Ai 안부전화 서비스가 먼저 발견해서 도운 사례도 나오고 있다.
실제 도입해보니 어르신들은 AI를 싫어하지 않으신다. 오히려 좋아하했다.
찾아주지 않는 사람보다 AI가 매일 걸어주는 전화는 외로운 이 세상에 오히러 더 고마운 존재가 되었다.
매주 전화 오는 곳이 그것 하나뿐이라면, 그게 AI든, 사람든 두 번째 문제가 된다.
여기서 갈라진다
앞으로 기술은 더 발전될 것이다. 지금은 말을 걸고 알림을 주는 정도지만, 곧 기계가 손과 발이 되어 이동을 돕고, 몸을 일으키고, 배설을 처리하고, 목욕을 시킬 것이다. 이미 실증 단계에 있는 기술들이다.
그러면 돌봄이 값싸진다. 24시간 깨어 있고, 짜증 내지 않고, 기록을 빠뜨리지 않는 돌봄이 아주 낮은 비용으로 가능해진다.
그럼 이제 그 일들을 할 사람들은 직장을 잃게 될 것이다. 아마 기술이 도입된 당분간 그렇게 될 것이다.
하지만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도 자신의 몸을 기계에게 맡길까? 아마도 그렇지 않을 것이다.
돈이 있는 사람은 비싼 값을 치르고 사람을 찾을 것이다. 눈을 맞추고, 대화하고, 손을 잡아주는 사람.
기계가 더 정확하고 더 부지런하다는 걸 알면서도 사람을 선택할 것이다.

정리하면 이렇게 된다.
| 돈이 없으면 | 돈이 있으면 | |
|---|---|---|
| 지금 | 요양병원 다인실, 주 몇 회 방문요양 | 1:1 입주 간병, 고급 실버타운 |
| 앞으로 | AI 24시간 상시 응답, 로봇 돌봄 더 자주, 더 정확하게, 더 싸게 | 사람 |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격차가 새로 생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이미 있던 격차다. AI가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굳혀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서비스 개선'이라는 이름으로.
지표로 보면 개선이 맞다. 응답 횟수가 늘고, 이상 징후 발견이 빨라지고, 사고가 줄어든다. 통계는 전부 좋아진다.
그런데 그 개선의 대가로, 사람의 얼굴을 보는 일이 유료 옵션이 된다.
미래의 요양 시설 안내문
머지않아 이런 안내문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기본형 — AI 24시간 상시 응답, 이동·배설 지원 로봇, 실시간 건강 모니터링 프리미엄 — 위 서비스 전체 포함, 주 2회 사람이 방문합니다
그리고 프리미엄이 몇 배 비쌀 것이다.
3편에서 청구서를 누가 발행하느냐가 문제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한 걸음 더 나간다. 청구서를 받을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된다.

무인이 고급이던 시대는 끝난다
이 흐름은 돌봄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우리는 무인을 고급으로 여긴다. 키오스크가 있으면 세련된 매장이고, 챗봇 상담이 되면 앞서가는 회사다.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 게 효율이고 진보다.
이게 곧 뒤집힐꺼라 예견한다.
- 사람이 주문을 받는 식당
- 사람이 전화를 받는 상담 창구
- 사람이 쓴 손편지
- 사람이 직접 만든 물건
LP판이 걸어온 길, 필름 카메라가 걸어온 길을 이제 모든 대면 노동이 걷게 된다. 흔했을 때는 값이 없었고, 사라지고 나니 값이 붙었다.
지금 당연하게 누리는 것들이 가장 소중하고 귀해지는 때가 온다는 뜻이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예전엔 사람이 해줬는데."
그런데 그때 그 사람이 있을까
여기서 아무도 잘 하지 않는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다.
지금까지는 돌봄받는 사람의 이야기였다. 그런데 돌봄에는 반대편이 있다.
AI가 안부를 묻고 로봇이 손발이 되면, 요양보호사는 어디로 가게 될까?
그분들 대부분이 50~60대다. 그리고 그 일이 인생에서 처음으로 가진, 자기 이름이 붙은 직업인 경우가 적지 않다.
명함이 생기고, 어디 가서 "저는 이런 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된 것.
돌봄이 자동화되면 돌봄받던 사람만 사람을 잃는 게 아니다. 돌보던 사람도 자신의 자리를 잃는다.
그리고 여기서 이상한 역설이 생긴다. 미래에 가장 비싸질 노동이 바로 그 사람 손으로 하는 돌봄인데, 정작 그 사람들이 지금 그 일을 떠나고 있다. 젊은 사람은 들어오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오랫동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며 값을 낮게 매겨온 결과다.
가장 싸게 취급받던 노동이 가장 비싸지는데, 그때 그 노동을 할 사람이 남아 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우리는
일이 AI에게 넘어가고 나면, 우리는 뭘 하며 살아가야 할까.
먹고사는 문제는 어떻게든 해결된다고 치자. 실제로 그런 시나리오가 논의되고 있고, 다음에서 그 이야기를 하겠다.
그런데 요즘 나는 그것보다 다른 게 더 신경 쓰인다.
돈이 해결된 다음에 남는 문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