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공 4학년인데 이력서에 쓸 게 없어요.” 요즘 취업 게시판에서 열에 아홉은 이 말이에요. AI가 코드를 다 짜주는데 내 프로젝트가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거죠.

그래서 AI 시대 이력서가 실제로 어떻게 평가되는지, 2026년에 나온 조사랑 채용 공고를 직접 열어서 확인해봤어요. 감으로 쓴 조언 말고 근거가 붙는 것만 골랐고요.

다 읽으면 이력서에 채울 칸 네 개가 손에 잡혀요.

  • 기업이 신규채용에서 제일 크게 보는 건 ‘그 일을 해본 경험’이에요 (67.6%, 경총이 2026년 3월에 공개한 조사)
  • 화상으로 지켜보며 코드를 짜게 하던 시험을 ‘AI 과제’로 바꾼 국내 기업이 실제로 나왔어요 (2026년 7월)
  • 근데 AI를 쓴다고 늘 빨라지진 않아요. 숙련 개발자가 오히려 19% 느려진 실험도 있거든요

회사는 지금 이력서에서 뭘 보고 있을까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100인 이상 기업 500곳에 물어본 「2026년 신규채용 실태조사」가 있어요. 조사 기간은 2026년 1월 19일~2월 11일, 결과 공개는 3월이었고요.

늦은 밤 좁은 원룸 책상. 노트북 화면에 거의 비어 있는 이력서 양식이 떠 있고, 옆에는 식은 커피와 뒤집힌 스터디 노트. 창밖으로 아파트 불빛

표를 열어보니 눈에 걸리는 숫자가 몇 개 있더라구요. 올해 신규채용 계획이 있다는 기업이 66.6%. 지난해 60.8%보다 5.8%포인트 늘었어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직무 관련 업무 경험’을 꼽은 곳이 67.6%였어요. 열 곳 중 일곱 곳이 “그 일 해봤어요?”부터 묻는다는 뜻이죠.

‘개발자를 이제 안 뽑는다’는 말이 돌잖아요. 근데 숫자는 안 뽑는 쪽이 아니라 문턱이 옮겨간 쪽에 가까워요.

같은 조사에서 ‘수시채용만 하겠다’는 기업이 54.8%였어요. 수시채용은 자리가 빌 때마다 그때그때 뽑는 방식이에요. 정해진 시즌에 몇백 명씩 한 번에 뽑던 공채랑 반대죠.

2026년 채용시장 트렌드로 ‘직무중심 채용 강화’를 고른 곳도 72.2%였고요.

공채 시즌에 맞춰 스펙을 채우는 방식이 잘 안 먹히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그 자리 하나에 맞는 사람을 찾는 거니까, 넓게 깔아둔 이력서는 어느 칸에도 안 걸리거든요.

코딩테스트 자리에 ‘AI 과제’가 들어왔어요

2026년 7월, CJ올리브영이 개발 직군 경력 채용에서 라이브 코딩테스트를 없앴다는 보도가 나왔어요. 라이브 코딩테스트는 면접관이 화면을 지켜보는 앞에서 제한 시간 안에 코드를 짜는 시험이에요. 그 자리에 ‘AI 과제’ 전형이 들어갔고요.

모집 직군은 커머스 플랫폼, 코어 플랫폼, AI 추천 시스템 세 개고 경력 2년 이상이 대상이에요. 전형은 서류 심사 → AI 과제 → 1차 면접 → 2차 면접 순서더라구요. 평가에는 크래프톤이 만든 채용 평가 도구 ‘코파 프로브’를 쓴다고 해요.

재밌는 건 채점표예요. 최종 결과물만 보는 게 아니거든요.

  • 문제를 어떻게 정의했는지
  • AI에게 뭐라고 시켰는지 (프롬프트, 그러니까 AI한테 던진 지시문이요)
  • 몇 번을 되돌아가 고쳤는지
  • 나온 결과가 맞는지 어떻게 확인했는지

결과물이 아니라 과정을 통째로 본다는 얘기예요. 별거 아닌 것 같죠? 근데 이력서 쓰는 방식이 통째로 달라져요.

다만 이게 업계 표준이 됐다고 보면 곤란해요. 지금은 회사마다, 심지어 같은 회사 안에서도 전형마다 갈려요.

구분어디가 그런가요확인 포인트
AI 쓰는 걸 전제로 한 전형이 따로 있는 곳해외: 메타, 쇼피파이, 링크드인, 캔바 등보도·채용 블로그에서 확인되는 범위예요
같은 회사인데 라운드마다 갈리는 곳구글 등1차는 금지, 다른 전형은 허용인 식이에요
방식을 통째로 바꾼 곳국내: CJ올리브영 (경력 2년 이상)라이브 코딩 대신 AI 과제
아직 금지가 기본인 곳국내 대기업 상당수공고에 말이 없으면 금지로 보는 게 안전해요

이건 공개된 보도를 모아 정리한 거라 회사별 정책을 다 담진 못해요. 그러니 지원할 회사 공고는 꼭 직접 열어서 ‘AI 도구 사용’ 문구를 찾아보세요. 여기서 헷갈리면 부정행위가 되거든요.

5천 명이 몰린 채용 해커톤, 뭘로 갈렸을까요

2026년 여름에 ‘AX 인재전쟁 2026’이라는 채용 연계 해커톤이 열렸어요. AX는 AI Transformation, 그러니까 AI로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꾼다는 말이에요. 요즘 채용 공고에 부쩍 자주 보이는 단어죠.

OpenAI와 조코딩AX파트너스가 함께 열었고, 예선에 5천여 명이 지원해서 본선에 60여 명이 올라갔어요. 얼추 80대 1이에요.

회의실 유리벽에 붙은 노란 포스트잇 한 장을 클로즈업. 손글씨로 “이게 진짜 문제 맞아?”라고 적혀 있다. 유리 너머로는 초점이 흐려진 사람 두

공식 안내를 열어보니 본선은 7월 18일 하루, 오전 10시 과제 공개로 시작해서 오후 6시에 끝나더라구요. 해커톤 하면 밤새우는 24~48시간짜리를 떠올리잖아요. 하루로 접었다는 것 자체가 신호예요.

참여 기업은 무신사, 카카오페이증권, 채널코퍼레이션, 메디테라피, 마이리얼트립, 삼일회계법인에 주최사인 조코딩AX파트너스와 워크모어까지였어요. 각 회사가 실무에서 실제로 겪는 문제를 직접 냈고요.

지원 자격에 학력·전공·경력 제한이 없었어요. 예선은 학력과 나이, 이력을 가리고 채점하는 블라인드 방식이었고, 본선은 각 기업의 채용 권한자가 직접 봤다고 해요.

그럼 뭘로 갈렸을까요. 주최 측이 밝힌 핵심은 ‘문제를 스스로 정의하는 힘’이었어요. 회사가 던진 뭉뚱그린 상황에서 풀 만한 문제를 스스로 잘라내고, 내가 만든 게 그 문제를 진짜 풀었는지 논리로 연결하는 능력이요.

이건 해커톤 하나의 취향이 아니에요. 앞에서 본 경총 조사랑 결이 같잖아요. ‘무엇을 다룰 줄 아느냐’에서 ‘어떤 일을 해봤느냐’로 무게가 옮겨간 거죠.

이력서 한 줄, 이렇게 바꾸면 읽혀요

여기까지 오면 이력서에 넣을 칸이 자연스럽게 네 개로 나와요. 문제 / 내 역할 / AI를 어떻게 썼나 / 어떻게 확인했나.

감이 잘 안 오시죠? 흔한 팀 프로젝트 한 줄을 예시로 바꿔볼게요. 제 얘기가 아니라 설명용으로 만들어본 가상의 사례예요.

기존: React와 Node.js로 중고거래 웹앱 개발. 회원가입, 채팅, 결제 기능 구현.
  • 문제: 동아리 중고 장터가 단톡방에서 돌아가다 보니, 올린 글이 30분이면 위로 밀려 사라졌어요.
  • 내 역할: 3명 팀에서 기획이랑 화면 개발을 맡았어요.
  • AI 활용: 화면 뼈대는 AI에 맡겨 이틀 만에 세웠고, 목록이 엉키는 부분은 데이터를 꺼내오는 명령문을 직접 열어 고쳤어요.
  • 확인: 동아리원 20명에게 2주 열어두고, 글이 묻히는 비율을 직접 세어 비교했어요.

기술 스택은 사라지지 않아요. 주인공 자리에서 내려올 뿐이에요.

하나 더요. 포트폴리오 링크를 열었을 때 3초 안에 ‘이게 뭐 하는 물건인지’ 보이는가가 생각보다 크게 작용해요. 지원자가 수백 명이면 심사자가 한 사람한테 몇 초를 쓸까요. 화면을 화려하게 채우는 것보다 첫 화면에서 용도가 바로 읽히는 편이 나아요.

여기서 다들 하는 실수가 있어요. 기능을 잔뜩 붙여놓고 ‘들어가서 클릭해보면 알아요’라고 적는 거요. 그 클릭을 안 해준다는 게 문제거든요.

“AI가 다 해준다”는 말, 실험 결과는 좀 달랐어요

AI 연구단체 METR가 2025년 7월에 공개한 실험이 있어요. 오래된 대형 오픈소스 저장소를 관리해온 숙련 개발자 16명에게 실제 작업 246건을 주고, 제비뽑기하듯 무작위로 절반은 AI 도구를 쓰게, 절반은 못 쓰게 했어요.

결과가 예상 밖이었어요. AI를 쓴 쪽이 오히려 19% 더 오래 걸렸거든요. 5시간 걸릴 일이 6시간이 된 셈이죠. 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에요. 참가자들은 끝나고 나서도 “20% 정도 빨라진 것 같다”고 답했어요.

그래도 이 숫자를 못처럼 박아두진 마세요. 표본이 16명이고, 실험에 쓰인 도구는 2025년 2~6월의 것이거든요. METR도 2026년 2월에 후속 실험 데이터는 신뢰하기 어렵다며 설계를 다시 짜고 있다고 밝혔고요.

그러니 “AI는 느리다”가 아니라, 체감 속도와 실제 속도가 어긋날 수 있다는 쪽으로 읽는 게 맞아요.

스마트폰 화면 클로즈업. 링크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아주 단순한 데모 페이지가 떠 있고, 엄지손가락이 막 화면을 누르려는 찰나. 배경은 밝은 창

어쨌든 기초를 건너뛰긴 어려워요. AI가 뱉은 결과가 맞는지 못 읽으면, 면접에서 “왜 이렇게 하셨어요?”에 답할 사람이 없거든요. AI는 대신 책임져주지 않잖아요.

기초 쌓는 방법으로 유료 부트캠프 얘기가 많이 돌죠. 근데 돈을 덜 쓰는 길도 같이 놓고 비교해보는 게 맞아요. 2026년 8월 초 기준으로 확인한 것들이에요.

경로돈·기간누가 / 어디서 확인하나요
부스트코스 (네이버 커넥트재단)무료 / 내 속도대로제한 없음. boostcourse.org에 컴퓨터과학·웹·AI 강의가 있어요
K-디지털 트레이닝 (고용노동부)수강료 지원 + 과정별 훈련장려금 / 몇 달짜리 풀타임이 많아요국민내일배움카드(정부가 훈련비를 대주는 카드) 발급자. work24.go.kr에서 과정 검색
SSAFY (삼성 사회공헌 사업)무료 / 교육 1년29세 이하 미취업 4년제 졸업·졸업예정자, 지정 마이스터고 졸업자. 16기는 2026년 4월 27일~5월 11일 모집으로 끝났고 7월에 교육 시작. 다음 기수 공고를 노려야 해요
민간 부트캠프·유료 스터디수십만~수백만 원혼자 못 버틸 때. 수료 후 취업 연계 조건을 계약서에서 꼭 확인하세요

K-디지털 트레이닝은 줄여서 KDT라고 불러요. 2026년 들어 AI 쪽 과정이 늘었는데, 훈련장려금 금액이랑 조건이 과정마다 제각각이라 work24 공고를 직접 열어보는 게 정확해요.

유료가 나쁘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혼자 3개월을 못 버티는 사람한테는 결제가 곧 강제력이니까요. 다만 무료로 되는 걸 확인해보기 전에 카드부터 꺼내지는 말자는 거예요.

오늘 딱 하나만 한다면

이력서 파일을 열어서, 프로젝트 설명 맨 앞줄을 지워보세요. 거기 있던 기술 이름 나열 대신 “어떤 상황이 불편해서 시작했는지” 한 문장을 넣는 거예요. 딱 한 줄만요.

그 한 줄이 안 써지면, 그 프로젝트는 아직 이력서에 올릴 준비가 안 된 거예요. 반대로 술술 써진다면 나머지 세 칸은 오늘 저녁 안에 채울 수 있고요.

심사자가 내 이력서에 쓰는 시간은 커피 한 모금 넘기는 동안이에요. 그 몇 초에 남길 문장 하나를 고르는 일, 요즘 이력서 쓰기는 어쩌면 그게 전부인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