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1시. 화면엔 "이 파일 수정할까요?"가 또 떠 있어요. 오늘만 백 번째 엔터를 치면서 이런 생각을 하죠. 나 지금 자동화를 시키는 걸까요, 자동화를 당하는 걸까요.
AI 코딩 에이전트를 잘 굴린다는 사람들 얘기를 들여다봤어요. 모델을 잘 골라서가 아니더라구요. 판을 아예 다르게 깔아둔 거였어요.
컨텍스트를 비우는 법, 일을 넘기는 법, 사고를 막는 울타리. 딱 세 가지예요. 이거 잡으면 오늘 밤엔 창 하나쯤 혼자 돌게 만들 수 있어요.

대화가 길어지면 왜 갑자기 멍청해질까요?
결론부터 3줄로 드릴게요.
- 에이전트가 헤매는 건 성능 탓이 아니라 대화창이 꽉 차서예요.
- 답은 요약이 아니에요. 인수인계서를 남기고 새 창에서 0%부터 다시 시작하는 거예요.
- 밤새 돌릴 생각이라면 권한을 푸는 것보다 샌드박스에 가두는 게 먼저예요.
이유를 알려면 대화창이 어떻게 도는지부터 봐야 해요. 우리는 질문 하나만 보낸다고 생각하잖아요. 근데 실제로는 지금까지 나눈 대화 전체가 매번 같이 실려 가요.
10번째 질문에는 1번부터 9번까지가 통째로 붙어서 가요. 배낭에 돌을 하나씩 넣으면서 산을 오르는 거예요.
숫자로 보면 더 실감이 나요. 2026년 7월 기준으로 공식 문서를 열어보니 Claude Sonnet 4.5와 Haiku 4.5의 컨텍스트 창은 20만 토큰으로 적혀 있더라구요. 모델은 계속 새로 나오니까, 지금 쓰는 모델 문서는 꼭 한 번 직접 확인해 보세요.
그리고 한계에 가까워지면 대화를 알아서 압축(auto-compact)해요. 관련 분석 글들을 보면 대략 전체의 83% 언저리에서 걸린다고들 하더라구요. 20만에 0.83을 곱해보면 16만 6천 토큰쯤이에요. 끝까지 여유롭겠다 싶었는데, 실제 발동 지점은 훨씬 앞이었던 거죠.
진짜 문제는 압축이 '요약'이라는 데 있어요. 요약은 뭐든 반드시 버리거든요.
근데 버려지는 게 하필 어제 두 시간 붙잡고 정한 예외 처리 규칙이면요?
커뮤니티 후기에서 제일 자주 보이는 하소연이 딱 이거예요. "압축되고 나니까 아까 고쳐놓은 걸 또 똑같이 틀린다." 한계까지 기다리지 말고 50~60%쯤에서 미리 정리하라는 조언이 괜히 도는 게 아니더라구요.
요약 말고 '인수인계서'를 넘겨보세요
여기서 발상을 뒤집어야 해요. 대화를 억지로 이어붙이지 말고, 퇴근하는 직원처럼 인수인계서를 쓰게 하는 거예요.
사람 회사를 떠올리면 당연하잖아요. 후임한테 전임자의 6개월 치 메신저 로그를 통째로 던져주진 않죠. A4 한 장짜리 인수인계 문서를 주고 말아요.
그래서 작업을 끊을 땐 늘 같은 문장을 넣어보세요. "지금까지 정한 결정 사항, 아직 안 끝난 일, 건드리면 안 되는 파일을 HANDOFF.md로 정리해줘." 그리고 창을 완전히 비우고, 새 창에서 그 파일부터 읽게 해요.
세 가지 방식을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확 보여요.
| 방식 | 컨텍스트 | 기억 유지 | 언제 쓰나 |
|---|---|---|---|
| 그냥 계속 대화 | 계속 차오름 | 겉보기엔 유지 | 30분 이내 짧은 작업 |
| 압축(/compact) | 줄어듦 | 일부 유실 | 같은 작업을 이어갈 때 |
| 비우기(/clear) + 인수인계 파일 | 0%로 리셋 | 문서에 적힌 만큼 100% |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
포인트는 하나예요. 기억을 대화창이 아니라 파일에 두는 것. 대화창은 휘발되는데 파일은 안 사라지거든요.
프로젝트 규칙을 적어두는 문서(CLAUDE.md 같은 거요)까지 같이 쓰면 더 편해요. 새 창을 열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설명할 일이 없어지니까요.
혼자 다 시키지 마세요, 팀을 쪼개면 달라져요
창 하나에 전부 몰아주는 게 제일 비효율이더라구요. 데이터 수집하다가 전략 짜다가 백테스트 코드 고치다가. 한 사람한테 영업이랑 개발이랑 회계를 한꺼번에 맡긴 거랑 똑같아요.
그래서 역할을 쪼개요. 시세 데이터만 다루는 쪽, 전략 로직만 만지는 쪽, 결과 검증만 하는 쪽. 각자 자기 일만 알면 되게요.
이걸 도구 안에서 해주는 게 서브에이전트예요. 문서를 찾아보니 서브에이전트는 각자 독립된 컨텍스트 창과 별도 시스템 프롬프트, 제한된 도구 목록을 갖고 돈다고 되어 있더라구요. 무거운 탐색 작업을 통째로 던져도 메인 창은 깨끗하게 남는다는 얘기죠.
만드는 것도 별거 없어요. "너는 로그만 뒤져서 원인 찾는 애야" 정도를 텍스트로 적어두면 끝이거든요.
한 발 더 나가면 세션 자체를 여러 개 띄워두고 각각에 역할을 줄 수도 있어요. 창 하나가 사람 한 명인 거예요.
다만 개인 프로젝트인데 처음부터 여덟 개씩 띄울 필요는 없어요. 둘로 시작해 보세요. 하나는 계획하고 지시하는 쪽, 하나는 실제로 코드를 고치는 쪽. 이렇게만 나눠도 확 달라졌다는 후기가 정말 많이 보이더라구요.
에이전트끼리 말을 걸게 하려면 '전달책'이 필요해요
여기서 벽에 부딪혀요. 창 A와 창 B는 완전히 별개의 프로세스거든요. A가 자기 얘기를 B한테 직접 던져줄 방법이 없어요.
사무실로 치면 방음 부스에 각자 들어가 있는 거예요. 일은 잘하는데 서로 말이 안 통하죠.
그래서 중간에 전달책을 하나 따로 띄워요. 흔히 버스(bus)라고 부르는데, 하는 일은 이 세 가지가 전부예요.
- 각 세션이 남긴 "이거 저쪽에 전해줘" 요청을 계속 지켜보고
- 메시지를 기록해 둔 다음(어디서 어디로 갔는지 로그가 남아요)
- 받는 쪽 창에 내용을 밀어 넣고 엔터까지 대신 쳐줘요.
엔터를 대신 친다니까 좀 우습죠? 근데 여기가 자동화의 마지막 1cm더라구요. 우리가 새벽에 못 자고 앉아 있는 이유도 결국 그 엔터 하나거든요.
구현도 소박해요. 공유 폴더에 메시지 파일을 쌓아두고 서로 읽게 하거나, 작은 작업 큐를 하나 두거나, 터미널 멀티플렉서로 다른 창에 키 입력을 흘려보내거나. 공개된 오픈소스 도구도 여럿 있어서 처음부터 짤 필요는 없어요.
이 구조엔 덤도 있어요. 상대가 꼭 같은 모델일 필요가 없다는 거예요. 메시지 형식만 맞으면 다른 회사 에이전트를 옆자리에 앉혀도 돌아가요.

밤새 돌릴 거면 울타리부터 세우세요
여기까지 오면 다들 같은 유혹에 빠져요. 물어보는 게 귀찮으니 확인 절차를 통째로 꺼버리는 거죠.
마음은 알겠어요. 근데 그건 브레이크를 떼고 밤길을 달리는 거예요. 잘못된 rm 한 줄이면 아침에 프로젝트 폴더가 통째로 없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순서를 반대로 잡아야 해요. 권한을 푸는 게 아니라, 먼저 가둬놓고 그 안에서만 마음껏 하게 두는 거예요.
자료를 찾아보니 권한 설정이랑 샌드박스는 아예 다른 층위더라구요. 권한은 "어떤 도구를 쓸 수 있나"를 정하는 거고, 샌드박스는 OS 레벨에서 파일 시스템과 네트워크 접근 자체를 막는 거예요. 도커 컨테이너 안에서 돌리면서 지금 작업하는 폴더 하나만 연결해 주는 식이죠.
자기 전에 이 네 가지만 확인하고 불 끄세요.
- 작업 폴더가 git으로 관리되고 있는가 (되돌릴 수 있어야 해요)
- 컨테이너 밖 폴더가 딸려 들어와 있진 않은가
- 진짜 API 키나 계좌 인증 정보가 그 안에 들어 있진 않은가
- 누가 무엇을 했는지 로그가 남는가
특히 세 번째요. 자동매매처럼 돈이 걸린 걸 만든다면 실계좌 키는 절대 자동으로 도는 에이전트 손에 쥐여주지 마세요. 모의투자 환경에서 충분히 돌려보고, 실행 버튼은 사람이 누르는 구조로 남겨두세요.
마지막 1%는 왜 남겨둬야 할까요
완전 자동화를 목표로 잡으면 이상하게 결과가 더 나빠져요. 아무도 안 본 채로 쌓인 코드는 어느 순간 손댈 수 없는 덩어리가 되거든요.
그래서 99%까지만 맡기고 두 지점은 사람 몫으로 남겨두세요. 커밋 직전, 그리고 실제 주문이 나가기 직전.
오늘 해볼 건 하나면 충분해요. 지금 켜져 있는 그 긴 대화창에 이렇게 쳐보세요. "여태 정한 결정 사항이랑 남은 작업을 HANDOFF.md에 정리해줘." 그리고 창을 비우고 새로 시작하는 거예요.
처음엔 아깝죠. 근데 새 창이 갑자기 똑똑하게 굴기 시작하면 알게 돼요. 붙잡고 있던 건 기억이 아니라 짐이었다는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