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하영의 증조부를 둘러싼 논란을 며칠째 지켜봤다. 2026년 8월 7일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말한 것이 시작이었고, 100년 전 기록이 뒤따라 나왔고, 8월 12일 자필 사과문으로 이어졌다.

사실관계가 정리되기 전에 명단 이야기가 먼저 오르내려서 순서대로 적어 둔다. 기록이 뒤늦게 다시 읽히는 문제는 100년 전 일에만 해당하지 않아서 학교폭력 기록 제도까지 같이 확인했다.

방송 발언과 100년 전 기록

도서관 자료실에서 마이크로필름 리더 화면에 100년 전 신문 지면이 확대되어 떠 있는 장면, 화면 앞 책상에는 낡은 필름 상자와 손글씨 메모지가

하영은 2026년 8월 7일 방송된 KBS 2TV 예능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4대째 의사 집안이라고 밝혔다. 증조부가 일본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서울에 서양식 병원을 열었고 고종을 진료했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증조부가 의사 안상호(1872~1927)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행적을 둘러싼 의혹이 번졌다. 안상호는 도쿄의 의학교를 졸업하고 귀국해 병원을 열었으며, 고종과 순종을 진료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논란의 중심은 1916년 11월 대정실업친목회 평의원 21명 명단에 그의 이름이 올라 있다는 기록이다. 평의원은 단체의 의결에 참여하는 임원을 말한다. 대정실업친목회는 조선인 유력 인사들을 모아 만든 친일 성격의 단체로, 이완용이 고문을 맡았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은 1927년 이 단체를 두고 "총독정치를 시인하고 내선민족의 융화를 목적으로 하는 내선융화단체"라고 규정했다. 경무국은 총독부에서 경찰 업무를 맡던 부서다. 내선융화는 일본과 조선을 하나로 어우러지게 한다는 명분으로 식민 지배를 정당화할 때 쓰인 말이다.

논란이 이어지는 동안 다른 기록도 보도로 나왔다. 1909년 이토 히로부미 추도회에 참석했고, 경성부협의회 의원을 지냈으며, 동민회에도 이름이 올랐다는 내용이다. 경성부협의회는 일제강점기 경성부의 자문 기구이고, 동민회는 내선융화를 내건 친일 단체다.

1918년에는 매일신보가 안상호를 서양 의술을 들여와 성공한 인물로 소개했다. 매일신보는 조선총독부가 발행하던 신문이다.

소속사 비스터스엔터테인먼트는 처음에 친일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가 입장을 바꿨다. 평의원 명단 기록이 실제로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충분한 검증 없이 답변해 혼란을 준 점을 사과했다. 하영은 8월 12일 자필 사과문에서 가족에게 전해 들은 이야기로 증조부의 삶을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었다며, 그런 상태로 가족의 자랑처럼 꺼내놓은 것을 반성한다고 적었다.

친일인명사전과 정부 조사 명단의 차이

논란 초기에는 안상호가 친일인명사전에 없다는 점이 반론으로 오르내렸다. 성격이 다른 두 가지 명단이 섞여 있는 대목이라 구분이 필요하다.

친일인명사전은 민족문제연구소가 2009년 펴낸 책으로 4,389명이 수록돼 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국가기관이 아닌 민간 연구단체다. 수록 기준은 1차 사료를 근거로 친일 행위의 적극성·지속성·반복성을 심사하는 방식이다. 1차 사료는 그 시대에 직접 만들어진 문서나 신문처럼 원본에 가까운 자료를 말한다.

사전 편찬에 참여한 쪽은 안상호의 직위가 회장이나 부회장, 이사가 아닌 평의원이었고 지도부로 거듭 이름이 오르지도 않아 2009년 발간 당시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친일 행적 자체는 사실이라는 점을 함께 밝혔다.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는 별도의 문서로 남아 있다. 대통령 소속으로 설치됐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특별법에 따라 조사를 벌여 보고서에 1,006명을 수록했다. 법이 정한 행위 유형과 증거 요건이 좁아 수록 인원이 사전보다 적다.

구분친일인명사전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주체민족문제연구소(민간 연구단체)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국가기구)
발간2009년2009년(위원회 활동 종료와 함께 보고서 제출)
수록 인원4,389명1,006명
기준1차 사료를 근거로 적극성·지속성·반복성 심사특별법이 정한 행위 유형에 해당하고 증거가 확인된 경우

수록 인원이 네 배 넘게 차이 나는 이유가 기준의 차이에 있다. 두 명단은 이름을 모은 결과물이지 행적을 전부 담은 목록이 아니다. 안상호는 두 명단 어디에도 없지만 평의원 명단이라는 1차 사료는 남아 있다.

안양시 블로그 게시물 비공개 경위

시청 자료실 철제 선반에 연도별 표기가 붙은 지역사 자료집과 스크랩북이 빽빽하게 꽂혀 있는 장면, 그중 한 권만 반쯤 빠져나와 튀어나와 있음,

안양시는 2020년 시민기자단이 '광복 75주년, 안양시의 독립운동가를 찾아서'라는 주제로 쓴 글에서 안상호를 지역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명으로 소개했다. 이번 논란이 일자 시는 8월 11일 이 글을 비공개로 돌렸다.

시 관계자는 게시할 당시 안상호의 친일 행적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시는 당시 관련 자료와 연구가 충분하지 않았고, 친일인명사전과 정부 명단 어디에도 이름이 없어 걸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리한 두 명단만 조회하고 인물을 검증하면 이런 결과가 나온다. 지방자치단체나 학교가 지역 인물을 소개할 때 명단 조회에서 멈추지 말고 신문 지면이나 단체 명부 같은 당대 자료까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학교폭력 조치 기록의 보존과 삭제 요건

기록이 뒤늦게 다시 읽히는 문제는 100년 전 일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학교폭력 조치 기록은 예전보다 오래 남는 쪽으로 제도가 바뀌었다.

조치를 정하는 곳은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다. 학교폭력 사안을 심의해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1호부터 9호까지 결정하는 기구다. 2024년 3월부터 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조치의 학교생활기록부 보존 기간이 졸업 후 2년에서 4년으로 늘었다.

조치내용기록이 남는 기간
1~3호서면사과, 접촉·협박·보복 금지, 학교봉사졸업과 동시에 삭제
4~5호사회봉사, 특별교육 이수 또는 심리치료졸업 후 2년, 졸업 직전 심의로 삭제 가능
6~7호출석정지, 학급교체졸업 후 4년, 졸업 직전 심의로 삭제 가능
8호전학졸업 후 4년, 조기 삭제 대상 아님
9호퇴학삭제 대상 아님

삭제 심의를 맡는 곳은 학교 안에 두는 학교폭력 전담기구다. 심의를 거치면 졸업과 동시에 지울 수 있지만 요건이 강화돼 예전보다 통과가 쉽지 않다. 8호 전학과 9호 퇴학은 이 심의 대상 자체가 아니다.

대학 입시에 반영되는 범위도 넓어졌다. 2026학년도 대입부터 학생부 위주 전형뿐 아니라 수능·논술·실기 위주 전형까지 모든 전형에서 학교폭력 조치 사항을 의무로 반영하도록 바뀌었고, 2025년 하반기에 치러진 그 입시부터 이미 적용됐다. 학생부 위주 전형은 고등학교 3년의 학교 기록을 주로 보는 방식이고, 수능 위주 전형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점수로 뽑는 방식이다.

반영 방법은 대학이 정해 미리 안내하도록 했다. 지원 전에 각 대학 모집요강에서 감점 폭과 적용 전형을 확인해야 한다.

결과를 모른 채 하는 선택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이 몇 년 뒤 다른 자리에서 읽히고, 100년 전 명부의 이름 하나가 지금 다시 읽힌다. 기록이 남는 기간과 그 기록을 읽는 기준이 그때그때 달라지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기 선택이 나중에 어떻게 평가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선택한다. 그래서 그때그때 유리한 쪽을 계산해 고르는 방식은 오래 버티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남는 기준은 결과와 무관하게 그 자체로 옳은 쪽을 고르는 것뿐이다.

무엇이 옳은지는 관점에 따라 달라 보일 수 있다. 그래도 부끄러운 일인지 아닌지는 대체로 알고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이번 일을 보며 부모로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가 훗날 나를 떠올렸을 때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 대단한 사람이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우리 아버지는 그렇게 살지는 않았다"는 정도면 충분하다.

그리고 아이에게도 이 말을 꼭 해주고 싶다.

"미래의 너에게 미안해지지 않도록 살아라."

오늘 잘 사는 것이 결국 나를 지키고, 내 아이를 지키는 일이다. 지금의 하루가 언젠가 누군가에게 읽힐 기록이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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